
저는 지금껏 웹, 앱 기획을 해오며 수많은 스타트업 대표님께 이런 말을 정말 자주 들었습니다.
“앱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요…”
“일단 앱으로 MVP부터 만들어보려고요.”
그런데 얘기를 조금만 더 들어보면 굳이 앱으로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뉴스레터 한 통, 노션 페이지 하나, 구글 설문지 정도면 할 수 있는데, 습관처럼 앱부터 떠올리시는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내 아이디어가 정말 앱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뉴스레터나 노션, 문서 형태로 시작하는 게 맞는지 판단해 볼 수 있는 기준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완벽한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정도면 앱 개발할 타이밍은 아니라는 것을 구분하는 데는 도움이 되실 거에요.

사용자가 자주, 짧게, 반복해서 써야 하는가?
앱이 강한 지점부터 보겠습니다. 앱은 기본적으로 자주, 짧게, 반복해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 유리합니다. 메신저, 배달앱, 일정 앱, 뱅킹 앱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고 닫는 도구들입니다.
반대로 이런 패턴이라면 어떨까요? 일주일에 한 번 열어볼까 말까, 열어서 10분 이상 읽거나 길게 생각해야 하는 경우, “지금 당장 해야 하는 행동”이라기보다 “언젠가 도움이 되는 정보”에 가까운 것들요. 이런 아이디어라면, 앱보다는 뉴스레터, 블로그, 노션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이걸 쓰는 사람이 한 달에 몇 번쯤 열어볼까? 한 번 열었을 때 보통 몇 분을 쓸까? 당장 이걸 못해서 급하다는 느낌이 있나? 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보세요. 여기서 속으로 '솔직히 자주 안 쓸 것 같다'는 답이 나오면, 앱으로 가기 전에 다른 형식을 먼저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앱을 만든다는 건 기본적으로 “화면 구조와 인터랙션을 설계한다”는 뜻입니다. 버튼, 탭, 리스트, 입력창 같은 것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초기에 더 중요한 게 화면보다는 내용과 프레임인 아이디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 자기계발, 공부, 커리어 관련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서비스
- 코칭, 멘토링,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 정기적으로 체크인 질문을 던져주는 셀프 리플렉션 서비스
이런 아이디어들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앱을 통해서 전달하든, 뉴스레터/노션/PDF를 통해서 전달하든 사용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핵심 가치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도리어 초반에는 앱 화면 설계에 시간을 다 쏟아버리고, 정작 중요한 내용과 구조는 빈약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아이디어에서 더 중요한 게 어떤 흐름의 질문을 던질지, 어떤 식으로 내용을 쌓을지, 사람들에게 어떤 프레임을 제공할지라면 앱 UI보다는 글, 문서, 템플릿을 먼저 만드는 게 순서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매주 보내는 뉴스레터, 노션 템플릿, 구글 문서나 시트 기반의 워크북이 오히려 MVP에 더 적합합니다.

“앱이어야만 가능한 것”이 있는가?
정말 핵심 질문이라서 가장 처음에 쓸까 하다가, 지금에서야 소개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앱이어야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가?' 에 대한 질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 푸시 알림을 아주 정교하게 써야 함
- GPS, 카메라, 센서 등 디바이스 기능을 적극 활용해야 함
-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다뤄야 함
- 결제, 인증 등 보안 관련 기능을 직접 붙여야 함
이 정도 요소가 있어야 앱이 아니면 구현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을 드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냥 읽고, 생각해 보고, 간단히 적어보고, 가끔 다시 확인만 하면 되는 정도라면 앱보다는 콘텐츠와 폼을 합쳐놓은 구조에 가깝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앱으로 구현하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다운로드 장벽만 높이고, 굳이 앱 설치까지 하게 만들 명분이 약해집니다.
지금 생각 중이신 아이디어에서, 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지점이 정말 있는지 한 번 냉정하게 체크해보세요.

유지와 운영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앱 개발 비즈니스는 출시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앱을 만드는 순간, 그때부터는 이런 것들도 함께 따라옵니다.
- OS 업데이트에 따른 수정
- 버그 리포트 대응
- 빌드, 배포 관리
- 버전 관리, 스토어 정책 대응
1인, 소규모 팀에게는 꽤 큰 부담입니다. 큰 기업에는 이 업무만 전담하는 팀이 있을 정도니까요. 반면 뉴스레터나 노션, 블로그는 어떨까요? 내용만 잘 쓰면 되고, 플랫폼 운영은 다른 회사가 알아서 해 줍니다. 수정과 보완도 자유롭고, 구독자의 반응 확인도 비교적 간단합니다.
지속해서 운영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보면, 앱은 유지와 운영 비용이 반드시 따라옵니다. 여러분이 지금 가진 리소스를 생각해 보세요. 혼자 혹은 둘이서, 6개월~1년 동안, 이 앱을 계속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이신가요?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이시면, 안타깝지만, 처음부터 앱을 만드는 선택은 리스크가 큽니다.

검증이 먼저라면, 제일 싸고 빠르게
결국 초기에는 '이 아이디어에 반응하는 사람이 진짜 있는지' 를 보는 게 우선입니다. 그 목표만 놓고 보면, 앱은 가장 비싸고 느린 검증 수단이고, 뉴스레터/노션/구글폼/카카오채널 같은 것들이 훨씬 싸고 빠른 검증 수단입니다. 예를 들면
- 뉴스레터 구독 페이지를 만들어서 “이런 내용을 매주 보내드릴게요”라고 했을 때
실제로 이메일을 남기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 노션 템플릿을 만들어 “이 프레임으로 매주 회고를 도와드립니다”라고 했을 때
다운로드, 복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이 정도만 봐도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충분히 감이 옵니다. 그 다음에야 앱으로 옮기는 게 맞을지, 그냥 이 형태를 더 강화하는 게 나을지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초기 검증 단계에서부터 앱으로 시작하면, 실패했을 때 얻는 인사이트는 비슷한데 잃는 돈과 시간이 훨씬 커집니다.

앱을 만들지 말자는 게 아니라, 순서를 바꾸자는 이야기
저는 웹, 앱 기획 일을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앱 한 번 만들어보자' 라고 결정할수록 제 입장에서 일도 늘고 수입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앱이 안 맞는 아이디어까지 굳이 앱으로 만들었다가 돈과 시간 써보고 접어버리는 1인 창업자와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현장에서 너무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처음에는 뉴스레터, 노션, 폼 같은 가벼운 그릇으로 문제, 타겟, 가설을 검증하는 쪽을 먼저 보시는 게 맞습니다. 검증이 된 후에, 이제는 앱이라는 형식이 효율적이겠다는 명확한 이유가 생겼을 때 앱을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앱부터 만들자는 생각이 아니라, '어떤 형식이 가장 싸게, 빨리, 위험 적게 검증할 수 있을까?' 를 떠올리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1~2년 뒤에 완전히 다른 위치에 서 있게 됩니다.
그 고민이 안 풀릴 때, '이 아이디어는 어떤 그릇이 맞는지, 앱으로 갈지, 문서나 콘텐츠로 갈지' 를 함께 따져보는 역할이 바로 저 같은 기획자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몇 번의 질문으로 당장 수천 만원, 몇 달 짜리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습니다.
'[Skill] 노하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능을 서비스라고 착각할 때 (0) | 2025.12.05 |
|---|---|
| 서비스 아이디어 구조화하기 (0) | 2025.12.05 |
| 안 되는 아이디어의 공통점 5가지 (0) | 2025.12.04 |
| AI 서비스에 TTS 붙이기 (0) | 2025.12.03 |
| AI 디지털교과서 서비스 기획하기 (0) | 2025.09.16 |